안철수 '새 정치', 여의도 지각변동 메가톤급 충격파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지난 11일 '새 정치'의 깃발을 들고 82일 만에 귀환했다. 이후 그의 행보는 정치권의 '태풍의 눈'이 됐고, 여야 모두에게 우환거리로 골을 싸매게 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를 등에 업고 불어 닥쳤던 '안풍'(안철수 바람)의 '재상륙'은 야권발(發) 정계개편과 나아가 기존 전체 여의도 정치지형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지는 메가톤급 충격파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의 장기 표류 등으로 정치권을 향한 여론이 따가운 가운데 그가 '틈새시장'을 파고들며 변화에 대한 열망을 담아낸다면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긴장하고 있다. 검경일보가 안 전 교수의 귀환 이후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분석했다.

안 전 교수는 지난 귀국 기자회견에서 현 정치권을 '국민 위에 군림하고 편 갈라 대립하는 높은 정치'라고 에둘러 비판한 점이나 정치조직법 대치 및 정치쇄신 답보상태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한 점 등은 향후 그가 여야 양쪽과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공간을 넓혀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당장 민주당 등 야권은 극도의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안 전 교수가 '샌프란시스코 구상'을 토대로 신당 창당 등 독자세력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경우 야권이 '빅뱅'의 소용돌이 속으로 급속도로 휘말리며 판 자체가 요동치는 등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안철수 신당’ 지지율, 민주당 큰 차이로 압도
호남 중심 야권 분열되면 민주당 존립 ‘위태’

여론도 만주당에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큰 차이로 따돌리며 새누리당에 이어 단숨에 2위에 올려놨다. 이로 인해 민주당 내에서는 적잖은 동요감이 일고 있다.

4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을 중심으로 이탈이 본격화된다면 야권 분열이 현실화되면서 민주당은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안 전 교수를 축으로 한 원심력의 강화로 민주당이 자칫 분당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계감마저 돌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개혁 드라이브를 걸며 '안풍' 효과 차단에 나서려 하고 있지만 대선 패배 후 책임공방과 계파다툼에 매몰된 채 표류해온 지리멸렬한 현주소에 비춰볼 때 개혁 동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감이 적지 않다.

새 지도부를 뽑을 5·4 전대 자체가 '안풍'에 가려 흥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안철수 변수'가 전대 결과와 당내 세력구도 재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안 전 교수의 귀환은 민주당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새 정부를 출범시킨 정부와 여당 모두에게도 우환거리다. 주목받는 대선주자급 야권 정치인의 조기등판은 여권으로서도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안철수 신당'이 뜰 경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했던 일부 중도·무당파를 흡수하면서 새 정부 출범 초기의 집권여당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기존 야권세력 이외에 여권 내 일부 중도세력도 신당에 합류할 개연성을 닫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안 전 교수는 부담스런 존재
새 정부 일방통행·독주할 경우 대립각 세울 듯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안 전 교수는 부담스런 존재다.

안 전 교수가 새 정부의 일방통행·독주에 목소리를 높이며 각을 세울 경우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국정 정상화의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그가 이날 미국 체류시 관람한 영화 '링컨'을 들어 반대파를 설득한 대통령의 리더십을 강조하며 박 대통령에게 '통합·소통의 정치'를 주문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노원병 보궐 출마를 시작으로 정치재개의 첫 단추를 끼운 안 전 교수의 조기 등판은 '미니 총선'으로 판이 커져버린 재보선 구도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노원병은 안 전 교수는 물론 여야 정치권이 명운을 건 격전지로 부상하면서 선거 구도가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 복잡한 고차 방정식으로 변하게 됐다.

그의 등장으로 새누리당의 '새 정부 일꾼론'과 민주당의 '정권심판론' 부각 시도가 흐트러지며 선거 프레임 자체가 새롭게 짜일 공산이 크다.

안 전 교수가 "정치공학적 접근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기계적 단일화'에 선을 그은 가운데 진보정의당은 노회찬 공동대표의 부인인 김지선씨를 공천하면서 무엇보다 노원병 선거를 둘러싼 민주당 등 야권의 셈법은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졌다.

민주당, 安 출마 노원병 “후보내지 말자” 확산
중진·비주류 무공천론 우세…安과 교감 후 결정

당장 민주당은 "공당으로서 후보를 낸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한 발짝도 못나간 채 머리를 싸매고 있다.

자칫 야권 후보의 난립이 선거 전망을 어둡게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야권 단일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여지를 차단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묘수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분위기로서는 안 전 교수가 출마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말자는 ‘무공천론’에 무게감이 더 실린다.

민주당은 4·24 재보선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등 공천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지만 당내 중진의원들과 비주류를 중심으로 무공천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에서는 노원병에 후보를 내지 말자는 중진들의 의견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 의원들로 구성된 쇄신모임도 14일 조찬 회동에서 노원병 무공천이 필요하다는 다수 입장을 정리하고 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려다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손학규 상임고문 계열의 의원 10여명은 지난 11일 대선 이후 첫 회동에서 향후 모임을 자주 갖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노원병 공천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되진 않았지만 손 고문과 안 전 교수의 연대설이 제기된 것을 감안하면 무공천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있다.

문 비대위원장이 지난 15일 개최한 상임고문단 오찬에서는 노원병 공천에 대한 찬반이 엇갈렸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처음에는 공천과 무공천 입장이 절반 정도였지만 다수가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정리하는 선에서 끝냈다"고 말했지만 또 다른 참석자는 "의견이 반반씩 나뉘었지만 따로 다수 의견을 모은 것은 없다"고 전했다.

당내에서 노원병 무공천론이 확산되는 것은 대선 때 안 전 교수의 도움에 대한 보답이 필요하다는 이유 외에도 노원병에 민주당 후보를 낼 경우 선거에 이기든, 지든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정세균 상임고문도 신중한 입장이다.

정 고문은 "원칙적으로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후보를 내서 안 될 수도 있고 안 후보마저도 떨어지고 새누리당에 거저 주는 꼴이 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근 당내에서 서울 노원 병 선거와 관련해 무공천 주장이 힘을 얻는 상황을 비유해서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검경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후보를 냈다가 안 전 교수가 떨어지면 민주당이 민망한 상황이 된다"며 "안 전 교수가 당선되면 더 큰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와중에 노원병 선거에서 안 전 교수와 대립적 관계를 형성하면 향후 연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안 전 교수가 민주당과의 연대나 협력은 물론 단일화 문제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무작정 무공천 카드를 꺼내 들기도 힘들다. 사전에 안 전 교수와 연대나 단일화에 대한 일정한 교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다 노원병이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인데다 진보정의당이 독자 후보를 내고 완주를 공언해 대선 때 또 다른 협력 파트너인 진보정의당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노원병 공천 문제는 일단 공천 절차를 계획대로 진행하되 서둘러 결정하는 대신 당내 분위기와 안 전 교수와의 교감 정도를 보면서 가닥을 잡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저작권자 © 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