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스타일’ 예상 깬 대 파격 인선…4대 권력 영·호남 全無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인 국정원장과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을 비롯한 인선이 지난주 마무리됐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인선에 대해 "기준과 특징은 전문성 중시에 있다"며 "주무부서에서 청장이 내려왔던 것을 최소화하고 내부 차장을 적극 승진발령했으며 외부에서 관련 전문가들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의 말대로 이번 인선은 전문성이 최대한 고려된 그야말로 ‘박근혜스타일’ 인선이었다. ‘대탕평 위한 호남출신 발탁’이라는 그간 정치권 안팎에서 오고갔던 예상들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니 호남은 물론 영남권조차 ‘4대 권력기관장’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전무했다. 검경일보가 예상을 깬 대 파격 인사의 전모를 추적해봤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동안 국정원장을 비롯한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의 인선을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검찰총장에 채동욱(54·사시 24회) 서울고검 검사장이 내정된 것을 비롯해 국세청장에 김덕중(54·행시 27회) 중부지방국체청장, 경찰청장에 이성한 (57·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부산지방경찰청장, 금융감독원장에 최수현(58·행시 25회)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각각 내정됐다.

채 검찰총장 내정자는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 대전고검 검사장과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대검 차장 등을 지낸 특별수사통이며 김 국세청장 내정자는 대전 출신으로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을 역임했다.

채 내정자는 지난해 12월3일 전임 한상대 검찰총장의 퇴임 이후 103일 만에 새 총장 후보로 지명됐다. 지난달 7일 총장 후보군 3명이 추천된 이후로는 37일 만이다.

‘박근혜 정부’의 첫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채 내정자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검찰의 위기 상황에서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찰청장 내정자는 서울 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충북ㆍ부산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이 내정자는 “어려운 시기에 중책에 내정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인 4대악 척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찰청장으로 취임하면 4대악 척결이 제1과제임을 천명했다.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4대악 척결은 박 대통령도 후보시절부터 강조해 온 국정의 핵심 과제다.

새 정부의 첫 국세청장에는 김덕중(54) 중부지방국세청장이 내정됐다.

국세청장에 내정된 김덕중(54) 중부지방국체청장은 대전 출신으로 대전고, 중앙대 경제학과, 행시 27회로 공직에 들어와 국세청 기획조정관, 징세법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 내정자는 "경제여건이 어려운 시기에 국세청장 후보자로 내정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무엇보다 새 정부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국세수입을 확보하는데 힘쓰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 14일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장 내정자로 남재준 전 육군 참모총장을 지명했다.

남 국정원장 내정자는 지난해 새누리당 대선캠프에서 국방안보 분야 특보로 활동했다. 박 대통령이 처음 대권에 도전했던 지난 2007년 당내 경선 때에도 국방안보 분야 특보로 정책조언자 역할을 맡았다. 이런 오랜 ‘인연’ 때문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요직에 기용될 것으로 일찌감치 낙점됐던 인물이다.

남 내정자는 1965년 육사에 입학해 소위 계급장을 단 후 육군 수장인 참모총장에 오르기까지 청렴결백한 성품으로 '선비'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때 군 수뇌부에 올라섰지만 2005년 총장 재임 중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장성 진급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40년간 몸담았던 군을 떠났다. 특히 ‘주적 개념’을 놓고 당시 노 대통령과 충돌했으며 국방장관 입각 제의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비역 관계자는 검경일보와의 통화에서 “남 내정자가 입각 제의를 거절한 것은 군에서는 정치적 중립은 지켜야 하지만 정체성 중립은 없다는 소신에 따른 것”이라면서 “당시 병력 감축과 복무기간 단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또 이날 발표된 외청장 인사에서 금융감독원장에는 최수현(58)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내정됐다. 충남 출신이며, 서울고,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행시 25회를 거쳐 금융위원회 기획조정관,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했다.

관세청장은 백운찬(57)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조달청장은 민형종(55) 조달청 차장, 통계청장은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 병무청장은 박창명(63) 경상대 초빙교수, 방위사업청장은 이용걸(56) 방위사업청장이 각각 발탁됐다.

또 소방재청장은 남상호(60) 대전대 대우교수, 문화재청장은 변영섭(62) 고려대 교수, 농촌진흥청장은 이양호(54)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산림청장은 신원섭(54)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 중소기업청장은 황철주(54) 벤처기업협회 공동회장이 각각 기용됐다.

특허청장은 김영민(55) 특허청 차장, 기상청장은 이일수(57) 기상청 차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이충재(58) 행복도시 건설청 차장, 해양경찰청장은 김석균(48) 해양경찰청 차장이 각각 내정됐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문성을 중시해 기관 내부 차장을 승진시키고 외부에서 관련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 이번 인선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부산·경남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이 4명, 서울·경기가 3명, 대전·충남과 충북, 전남이 각 2명으로 집계됐다. 학교별로는 서울대 4명, 동국대 2명, 동아대, 한국외대, 경상대, 이화여대, 영남대, 충북대, 인하대, 경북대, 공군사관학교, 방송대, 한양대 각 1명이었다.

서울 3명·대전 1명 등 전문성 중시, ‘대탕평 호남출신 발탁’ 관측 무산

이로써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을 비롯한 인선이 모두 마무리됐다.

특이한 점은 ‘4대 권력기관장’ 가운데 대전의 김덕중 국세청장 내정자를 제외하면 국정원장과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모두가 서울 출신들로 영호남 출신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호남 출신이 권력기관장 인선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이 많았고,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대선 기간 호남 표심을 겨냥해 ‘인사 대탕평’을 강조하면서 호남 출신 인사의 중용 여부에 시선이 모아졌다.

그러나 인선 결과 전 정부에서 중용됐던 영남 출신은 한 명도 발탁되지 못했고, 호남 출신 역시 전무했다. 영·호남은 공히 제외된 것이다.

이를 놓고 지역안배 보다는 박 대통령이 중시하는 전문성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도 나왔다.

애초 박 대통령이 선거 기간 호남 민심을 겨냥해 '대통합과 대탕평'을 강조했고, 당선 이후 '호남 총리론'까지 부상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번 인선은 대탕평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이런 시각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윤 대변인은 검찰총장을 비롯한 4대 권력기관장 인선에서 서울 출신이 3명에 달하는 등 지역안배와 대탕평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채동욱 검찰총장 내정자의 인선 배경 중 하나는 지역을 고려한 것”이라며 “채 내정자는 서울 출생으로 돼있으나 선산이 전북 군산시 옥구군 임실면으로 매년 선산을 다니고 있으며, 아버지가 5대 종손”이라고 설명했다.

채 내정자가 호남출신이라는 게 윤 대변인의 해명인데, 정치권 안팎에선 다소 무리한 해석이라는 게 중론이다.

"경찰청장 임기보장" 공약파기, 4대 사회惡 척결 박 대통령 의지 작용

경찰청장 교체도 논란거리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경찰 공약을 발표하면서 “경찰이 외압이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현재 2년인 경찰청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경찰청장 교체는 최근 언론을 장식한 학교폭력 등 ‘4대 사회악’ 논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4대 사회악’ 사건이 잇따르면서 민심이 술렁인 만큼, 임기 보장보다는 경찰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로운 각오로 출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국세청장 인선도 예상을 깬 파격적이다. 당초 조현관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유력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국세청장 내정자로 김덕중 중부지방국세청장이 지면됐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조 서울국세청장과 이현동 전 국세청장과의 관계를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나란히 경북고와 영남대를 나온 두 사람에 대해 “선후배다”, “누구 라인이다”라는 말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 정부 초기부터 잡음이 이는 걸 원치 않아 조현관 카드를 접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민주당, 새 정부 인선에 비판, 국회 인사청문회 난항…여야 ‘일촉즉발’

채동욱 검찰총장 내정자는 ‘특수통’이라는 전문성과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장점 때문에 일찌감치 인선이 유력시 돼 왔다.

언론이 ‘대탕평’ 차원에서 호남 출신 발탁 가능성을 점치자 채 내정자측에서 “선산이 호남에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범(凡)호남 인사’임을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채 내정자가 선산이 전북에 있다고 브리핑해도 좋다고 이야기했다”면서 “이 점도 인선에 많이 고려가 됐다”고 소개했다.

새 정부와 함께할 대부분의 인선을 마무리한 박 대통령은 이제 국회에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보내게 된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인사청문 요청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부득이한 사유로 20일 안에 청문회를 끝내지 못한 경우 추가로 10일 이내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청문회 역시 만만찮은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통합당은 채동욱 검찰총장 내정자의 과거 ‘스폰서 검사’ 진상조사단장 경력을 거론하면서 검찰개혁 적임자 여부에 의문을 표했다.

또 국가정보원장으로 남재준 전 육군 참모총장을 내정한 데 대해서도 안보라인의 특정 군(軍) 인맥 문제와 전문성 부족을 들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벌써부터 박근혜 정부의 인선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 또 한 차례 여야 간의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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