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일보=강성태 기자] 10·26 재보선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번 사건을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전 비서 공 모 씨의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그러나 20대에 불과한 의원실의 한 비서가 단독으로 전문 해커를 동원해 일을 꾸몄다고 보기에는 여러 정황상 의혹투성이여서 경찰의 수사발표가 정치권에 또 다른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그동안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던 공 씨가 이날 새벽 갑자기 심경을 바꿔 ‘선관위 디도스 공격’은 위선의 지시 없이 자신이 단독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자백했다.

경찰은 공 씨가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돕는 것이 최구식 의원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젊은층 투표율이 선거에 영향을 많이 줄 것으로 보고 투표소를 못 찾게 하면 투표율이 떨어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범행을 결심하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공 씨는 지난 10월25일 밤 12시를 전후한 시점에 공격을 실행하라고 강 모 씨에게 전화로 지시한 이후 함께 박희태 국회의장실 전 비서인 김 모 씨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고 진술했다.

공 씨는 같이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던 김 씨를 룸 밖으로 불러내 “선관위 홈피를 때리삐까예(때릴까요)?”라고 물었고, 이에 김씨는 “큰일 난다. 잡혀 들어간다. 네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만류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공 씨는 범행에 성공한 26일에도 김 씨에게 전화를 해 이런 사실을 얘기했다고 털어놨다.

공 씨는 그동안 범행 사실을 부인한 데 대해 “얘기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걱정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 씨의 자백 내용이 신빙성 있는지, 여러 정황과 맞는지, 논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사실상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을 공 씨의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짓고 이 같은 수사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경찰이 공 씨의 자백내용을 토대로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선관위 사이버테러라는 초유의 범죄행각은 물론, 사전 치밀히 기획된 범죄가 20대 비서 단독으로 일을 꾸몄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한 마디로 난센스라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김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직후 “2040의 마음을 얻겠다더니 20대 비서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우는 치졸한 한나라당”이라면서 여당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선관위 사이버테러라는 국기문란의 중대범죄를 20대 비서에게 모두 뒤집어씌우는 치졸한 정당, 그것이 바로 한나라당의 현주소”라면서 “그러고도 무슨 염치로 쇄신을 말하고 2040을 부르짖을 수 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덧붙여 비난했다.

그는 “치밀한 기획범죄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마당에 한나라당은 언제까지 단독 우발 범죄라는 말로 국민을 우롱할 것인지 답하기 바란다”면서 “한나라당이 조폭정당인가. 어떻게 높은 사람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나이어린 비서에게 ‘니가 가라 감옥’ 하는 것인가”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사건 발생이후 로그파일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선관위의 입장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더 이상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로그파일을 즉각 공개해서 모든 의혹을 깨끗이 해명하기 바란다”면서 “집권여당이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도 하는 마당에, 대한민국에서 안 되는 게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국정원 그리고 선관위가 서로 딴소리하며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 결과가 고작 20대 비서 구속인가”라면서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곧이곧대로 수긍할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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